‘연봉 10억’에도 떠나는 MZ 공무원, 그들이 원하는 것은 따로 있다?

‘연봉 10억’에도 떠나는 MZ 공무원, 그들이 원하는 것은 따로 있다?

'연봉 10억'에도 떠나는 MZ 공무원, 그들이 원하는 것은 따로 있다_
사진=픽사베이

정부가 MZ세대라고 불리우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공무원들이 공직 사회를 떠나는 것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떠는 이들을 잡기 위해 연봉 상한 폐지, 성과주의 확산 등의 ‘정부개혁’을 예고했다.

이는 연봉 등과 같은 ‘처우’에 대한 해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돈도 돈이지만 업무 만족도, 효율성 등에 대한 갈증도 적지않게 많다고 한다.

중앙부처 30대 사무관 A씨는 “공직에서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처우도 처우지만 업무 만족도가 떨어져서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책을 만들고 싶어서 왔는데 비효율적 업무 배분 때문에 정책을 분석하거나 검토할 시간도 없습니다.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안 들고 누구보다 힘들게 일하는데 ‘철밥통’이라는 외부인식도 서럽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과거에는 사무관이 되면 돈은 많이 못 벌더라도 명예와 자부심이 있었지만 현재는 자신이 부품처럼 여겨지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는 30대 사무관 A씨는 “공직에서 네이버나 대기업 등으로 나간 친구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단지 연봉만 보고 이직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엔 사무관이 되면 돈은 많이 못 벌더라도 명예와 자부심이 있었다”며 “조직이 그런 부분을 못 챙겨주고 부품처럼 버틸 때까지 인력을 갈아 넣는다는 생각만 든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들이 모두 다르겠지만 A씨가 가장 회의감을 느낄 때는 비효율적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경우,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없는 경우라고 한다.

실제로 MZ세대인 A씨가 보기에 업무를 위한 업무,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예를들면 장관 주재로 회의를 하면 실장 주재로 국장 회의를 하고 국장은 과장을 불러서 회의하고, 과장은 사무관들을 불러서 회의하는 관료제 특성이 답답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윗사람들의 궁금증 해소를 위해 개인의 시간을 낭비하고 국가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에 이로인해 오는 회의감들도 많다고 한다. 자기 주도적으로 일을 하는 사기업과는 다르게 쓸 데 없는 것 때문에 야근을 하는 경우가 많아 업무 만족도도 떨어진다고 한다.

또 다른 30대 사무관 B씨는 “국회에서 회의가 수시로 열리다 보니까 외부에 대응하는 업무들이 굉장히 많다”며 “차근차근 정책을 보고 공부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은 52시간제를 굉장히 잘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공무원들은 주 52시간제가 적용되지 않다 보니 업무 강도가 훨씬 높다”고 토로했다.

요즘엔 워라밸이 중요해진 만큼 부처를 선택하는 기준도 개인마다 다르다.

사무관 C씨는 “예전엔 1등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같은 경제 부처를 선택했지만 지금은 ‘워라밸'(일과 일상 생활의 균형)도 중요해졌고 각자 생각대로 부처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해 5급 수석으로 합격한 사무관이 해양수산부에 간 것도 개인적인 관심사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지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리고 연봉을 높여야 한다는 것에는 대다수가 공감을 했지만 성과체계 도입에 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엇갈렸다. 성과체계 도입을 찬성하는 쪽은 공직도 사기업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도입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하지만 정책을 만드는 행정부의 업무 특성상 단기 성과를 측정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견들도 있었다.

성과체계 도입과 관련해 경제부처 과장급 공무원은 “아무래도 특정 업무에 외부 전문 인력을 영입할 때나 가능한 연봉체계가 아닌가 싶다”며 “공정위 같은 기관은 현재 경제사법기관으로 불리는데 정책 세일즈를 하는 측면과는 멀어보인다”고 말했다.

사무관 D씨도 “윤석열 대통령이 10억 원 이상의 공직자 연봉 지급과 성과체계를 언급한 건 우주항공청 설립 추진과 관련된 것이고 일반 공무원들한텐 적용이 어려울 것 같다”며 “일반 기업 영업사원들은 영업 실적이 오르면 연봉이 높아지는 게 당연한 수순이고 검찰 조직도 승소율에 따라서 성과를 측정할 수 있겠지만 정책을 만드는 업무는 당장 실적으로 나타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무관 E씨는 “싱가포르 같은 곳은 공무원 임금 수준이 민간 부분과 비슷하거나 좀 더 높은데 한국 공무원 임금 수준은 비슷한 민간 부문의 70~80% 수준”이라며 “특히 8~9급 공무원은 실수령액이 200만원도 안 돼서 임금을 현실화할 필요성이 있지만 과연 연봉 10억원이나 성과체계 개편이 낮은 직급 공무원들의 임금 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 될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연봉 10억 공무원’ 실현 가능성에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파격적 성과주의를 내세우면서 부각된 ‘연봉 10억원 공무원’에 대한 실현 가능성을 두고 공직사회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인사혁신처 에 따르면 연봉이 10억원인 경우 매달 받는 실수령액은 약 4500만~47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현재 공무원 신분으로는 가장 월급이 많은 1급 23호봉(세전 732만2500원)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이다. 다소 비현실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같은 월급 체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법률을 개정하지 않고 관련 규정 손질만으로 가능하다는게 인사처의 판단이다. 지난해 12월 공무원 인사특례규정에서 의사 등 면허 소지자의 경우 신규 채용자의 연봉 상한선을 기본급의 150%가 아닌 200%로 올린게 대표적인 사례이다. 공직의사 채용이 어려워지자 정부가 나서 특정 직무에 대한 보상 체계를 뜯어 고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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